윤석열 정부 3년·12·3 내란 보도로 본 주류언론의 구조적 문제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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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재 전 언론진흥재단 이사, ‘나쁜 뉴스와 헤어질 결심’ 발간
내란 동조 보도부터 세월호·이태원 참사까지, 주류언론의 민낯 기록
오보·왜곡·받아쓰기·편향 보도 해부…뉴스 리터러시의 필요성 제기

[제주도민일보 우종희 기자] 언론학자이자 전 한국언론진흥재단 상임이사인 김성재 작가가 신간 ‘나쁜 뉴스와 헤어질 결심’(싱긋)을 펴냈다. 부제는 ‘민주시민을 위한 뉴스 리터러시 교양 참고서’로 혼탁한 언론 지형 속에서 시민이 길을 잃지 않기 위해 갖춰야 할 비판적 뉴스 독해력을 전면에 내세운다.
저자는 “이 책이 12·3 내란을 이겨내고 민주주의를 지켜낸 시민들에게 뉴스를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능동적으로 활용하는 데 필요한 뉴스 리터러시의 참고서가 되면 좋겠다”고 밝히며 나쁜 뉴스와의 결별은 곧 좋은 뉴스와 다시 만나기 위한 출발점이라고 강조한다.
김성재 작가는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언론학을 공부한 뒤 ‘한겨레’와 ‘시민언론 민들레’에서 기자로 활동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국무총리실 공보실장, 문화체육관광부 차관보, 한국언론진흥재단 상임이사 등을 거친 언론·정책 현장의 베테랑이다. 세월호 참사 당시 ‘언론 참사’를 목격하며 언론개혁의 절박성을 다시 확인했다는 그는 이번 책에서 윤석열 정부 3년 동안 주류 언론이 보여준 보도 행태를 중심으로 한국 언론의 구조적 문제를 본격적으로 해부한다. 저서로는 노무현 참여정부 시기 언론의 공격을 기록한 ‘야만의 언론, 노무현의 선택’, 미디어 교육 관련 공저 ‘미디어 문해력의 힘’과 ‘예비교사를 위한 미디어리터러시 교육’ 등이 있다.
책의 출발점은 하나의 질문이다. “우리는 왜 ‘나쁜 뉴스’와 작별해야 하는가.” 저자는 오늘날 시민들이 신문, 방송, 포털, 유튜브를 통해 끝없이 쏟아지는 뉴스 속에서 살아가지만 이 뉴스들이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보다 왜곡·과장·편집을 통해 현실 인식을 뒤틀고 있다고 진단한다.
낚시성 제목, 혐오·선정 보도, 알고리즘에 의한 반복 노출 등으로 대표되는 ‘나쁜 뉴스’는 시민의 판단력을 흐리고 삶의 질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결국 민주주의 자체를 위협하는 독극물과도 같다는 것이다.
저자는 “뉴스는 세상을 이해하는 창이지만 그 창이 흐려져 있다면 우리는 무엇을 보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다”며 뉴스를 읽는 행위는 단순한 정보 소비가 아니라 세상을 해석하고 민주주의를 지키는 일이라고 말한다.
‘나쁜 뉴스와 헤어질 결심’이 주목하는 것은 ‘나쁜 뉴스’ 그 자체보다 그 뉴스와 헤어지겠다는 시민의 결심이다. 책은 나쁜 뉴스를 오보·왜곡보도·받아쓰기 보도·중립을 가장한 편향보도·기사형 광고 등으로 폭넓게 정의하고 이런 뉴스가 어떻게 생산되고 유통되는지를 윤석열 정부 3년의 보도 사례를 통해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저자가 더 강조하는 것은 이 모든 문제를 ‘언론 탓’만으로 돌리고 끝낼 수 없다는 점이다. 이미 막강한 경제·정치 권력을 가진 주류 언론이 제도적 규제나 자율정화만으로 스스로 변할 가능성은 크지 않기 때문에, 결국 뉴스를 읽고 선택하는 시민 스스로가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쁜 뉴스와 결별하겠다는 시민의 선택이야말로 좋은 뉴스와 다시 만나는 유일한 통로이자, 언론개혁의 출발점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520쪽 분량의 이 책은 ‘들어가기에 앞서’와 ‘들어가는 글’에 이어 8개 장으로 구성돼 있다. 1장은 “한국에서 기자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영부인과의 셀카, 대통령의 ‘먹방’ 보도 등 권력에 예의 바르고 국민에게 무례한 기자의 모습을 풍자한다. 또한 질문 능력을 상실한 청와대 출입기자단, 공짜 접대 관행, 정권 눈치를 보는 취재 행태를 비판한다.
2장과 3장에선 교묘한 사진 조작, ‘알려졌다·전해졌다’ 식 익명 보도, 검찰 받아쓰기, 프레임 바꾸기, 정파적 편향성 등을 다룬다. 특히 검찰·경찰이 흘린 익명 정보를 사실인 양 포장해 보도하는 관행이 어떻게 특정 정치 세력을 사냥하는 도구로 악용되었는지 사례를 들어 짚는다.
4장과 5장은 경제·부동산·사회 이슈에서 드러난 나쁜 뉴스의 민낯을 보여준다. 종합부동산세를 ‘중산층과 서민을 잡는 세금폭탄’으로 규정한 보도, 상위 2% 부동산 부자의 이해를 대변하는 집값 전망, 최저임금 인상을 ‘경제 패닉’으로 포장하는 기사, 2030 ‘영끌’ 열풍을 부추긴 뒤 다시 청년들에게 책임을 돌리는 논조 등이 대표적이다.
저자는 종부세 납부 대상이 전체 국민의 2%에 불과하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이런 보도가 서민을 대변하는 듯한 언어를 사용하면서도 실질적으로는 부유층 이해를 대변해 온 과정을 꼼꼼히 짚는다.
세월호와 이태원 참사, 잼버리 파행, 엑스포 유치 실패, 방사능 오염수 방류 문제 등에서도 언론이 오보와 선정성에 치우치거나 정부·여당의 책임을 희석시키는 방식으로 보도해 피해자와 시민에게 2차 가해를 가했다는 비판도 담았다.
6장과 7장은 공영언론과 내란 국면을 집중 조명한다. 책은 KBS·연합뉴스·YTN·서울신문 등 공영·준공영 매체가 정권 교체 때마다 사장 교체와 인사 개편을 통해 정치적 영향력에 휘둘리며 언론자유 후퇴와 내란 사태 국면에서조차 기계적 중립과 받아쓰기 보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특히 윤석열 정부 3년 동안 드러난 비상계엄·내란 준비 의혹 보도와 관련해 일부 언론이 내란 옹호 논리를 여과 없이 중계하거나 ‘정쟁 프레임’으로 희석시키며 결과적으로 내란에 동조하는 역할을 했다고 비판한다. 저자는 “민주주의는 언론의 수준만큼만 발전한다”는 말을 뒤집어 언론이 이 수준이라면 민주주의가 위기를 맞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라고 꼬집는다.
마지막 8장은 ‘언론을 바로잡는 깨시민 되기’라는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저자는 언론이 스스로 변하지 않는다면 뉴스를 소비하는 시민이 나쁜 뉴스를 감별하고 좋은 언론을 선택함으로써 언론 생태계의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구체적 방안으로는 검찰기자단 등 받아쓰기 구조를 고착시키는 폐쇄적 기자단 제도의 해체, 내란·극우 세력을 편드는 언론에 국민 세금으로 정부 광고가 흘러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광고·지원 제도 개선, 악의적 왜곡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신뢰할 수 있는 언론을 시민이 직접 선택·구독하도록 돕는 ‘미디어 바우처제’ 등을 제안한다.
동시에 네이버·다음 등 포털의 책임, 유튜브·대안매체의 가능성과 한계, 재벌·토건언론 시대에 시민언론이 가져야 할 역할도 함께 짚는다.
이 책은 주류언론 전체를 부정하거나 모든 기자를 ‘기레기’로 취급하는 감정적 언론 혐오와는 선을 긋는다. 저자는 500여 쪽에 걸쳐 많은 사례를 들면서도 이 책이 주류·전통언론의 중요성을 부정하거나 현장에서 성실하게 진실을 밝히려는 기자들을 폄하하려는 의도는 아니라고 분명히 밝힌다.
오히려 나쁜 뉴스를 생산하는 일부 오만한 기자와 경영진이 전통언론 전체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다며 ‘나쁜 뉴스와 헤어질 결심’은 역설적으로 ‘좋은 뉴스와 만날 결심’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책에는 언론계와 정치권 인사들의 추천사가 실려 눈길을 끈다. 언론인 손석희는 “현장에서 저널리즘의 원칙을 놓고 딜레마에 빠진 언론인들에겐 마치 쓰지만 몸에 좋은 약처럼 삼켜야 할 고언들이 담겨 있다”고 평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언론에 의한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당신의 고통은 혼자만의 것이 아니었다’고 말해줄 책”이라고 소개했다. 시민언론 민들레 대표 이명재는 “언론을 꿰뚫는 미디어 비평 전문가의 눈으로 쓴 이 책은 나쁜 뉴스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유통되는지를 정확히 짚어낸다”며, 이 책이 좋은 뉴스와 만나기 위한 가이드북이라고 평가했다.
출판사 싱긋은 “민주시민을 위한 뉴스 리터러시 교양 참고서”로 소개하며 뉴스 과잉과 가짜뉴스, 혐오·낚시성 기사에 지친 독자들에게 뉴스를 비판적으로 읽고 선택하는 법을 알려주는 안내서라고 설명한다.
범람하는 뉴스 속에서 무엇을 읽을지 선택하는 일이 곧 자신의 일상과 민주주의를 지키는 일이라는 문제의식에 공감하는 독자라면 나쁜 뉴스와 어떻게 헤어질 것인지, 그리고 어떤 뉴스와 다시 만날 것인지를 함께 고민해 볼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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