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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 春’엔 싹틔우는 풀잎, 햇빛, 소리가 담겼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교유당   조회Hit 7   작성일2026-05-18

    본문

    한자, 문명의 무늬

    윤성훈 지음 | 교유서가 | 840쪽 | 4만8000원

    [책과 삶]‘봄 春’엔 싹틔우는 풀잎, 햇빛, 소리가 담겼다

    한자는 모양, 소리, 뜻 세 가지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 이 책은 그중에서도 주로 모양의 측면에서 바라본 한자 역사 이야기다. 한자의 얼굴은 어떻게 변화했고 왜 지금과 같은 모양이 되었을까 하는 질문에 관한 연구이자 답변이다.

    한자의 모양에 대한 이야기는 기존의 학문 분류로는 고문자학과 서예론에 속한다. 고문자학은 오래전 한자가 형성되던 시기의 자료를 판독하고 연구하는 학문으로 주나라대의 갑골문과 금문, 진한 이전의 간독문자를 다룬다. 고문자학이 까다롭고 엄밀한 고증이 필요한 학문이라면 서예는 생생한 예술의 세계다. 글씨에는 크게는 한 시대의 정신이, 작게는 예술가의 고민이 담겨 있다.

    서주 시기 청동기 대우정 명문 탁본. 교유서가 제공

    서주 시기 청동기 대우정 명문 탁본. 교유서가 제공


    춘(春)이라는 글자를 예로 들어보자. 봄을 뜻하는 이 글자는 원래 풀을 나타내는 초(艸) 아래에 어려울 준(屯)이 있고 다시 그 아래에 해를 뜻하는 날 일(日)이 있는 모양이었다. 여기서 핵심적 요소는 준(屯)인데, 이 글자는 음성기호 차원을 넘어 의미적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땅에서 풀이 나는 모습을 형용했다는 설도 있고 막 순을 틔우려 하는 잎망울을 본떴다는 주장도 있다. 어느 쪽이든 어려운 과정을 견디고 겪어낸 생명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준(屯)이 어려움을 뜻하게 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춘(春)은 인고의 겨울을 견딘 후에 오는 봄, 즉 새로운 탄생의 시간을 의미한다.

    저자는 오랜 시간 동안 모양이 변하면서 뜻을 다져온 한자의 역사만큼이나 이를 붓으로 써서 표현한 서예의 역사도 다룬다. 왕희지가 ‘서성’, 즉 글씨의 성인이라 불리는 이유는 무엇인지, 안진경은 어떻게 역사상 최초로 자기만의 ‘얼굴’을 가진 글자를 선보일 수 있었는지 흥미롭게 서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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