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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리즈

    교유서가 시집 그 책은 내 빈 심장에 끼워둘게(교유서가 시집 005)

    지은이 송하얀
    출간일 2026년 2월 10일
    사양 125*210mm (무선)|136쪽
    ISBN 979-11-24128-38-1
    수상
    정가 13,000원
    판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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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

    책소개

    사람들의 말은 흩어졌지만

    소녀들 사이에 온기가 있었다

     

    그 온기는

    목소리보다 오래 남았다

     

    부서진 세계에서 서로를 껴안는 소녀들

    파편을 더듬어 다시 쓰는 언어

    송하얀 첫 시집 출간

     

    일상에 신선한 감각을!

    교유서가, ‘새로움를 더하다!

     

    차가운 폭력의 바닥에서 길어올린

    가장 뜨겁고 미미한 생의 기록

     

    그의 시는 말하지 못하는 자의 말, 들리지 않는 자의 숨,

    사라진 자의 흔적을 품으려는 몸짓이다.”

    _최진석(문학평론가)

     

    나는 줄 밖에 있었다

    배제된 이들이 서로를 데우는 가장자리의 연대기

    2020년 시단에 등장하여 활발하게 활동하는 송하얀 시인의 첫 시집 그 책은 내 빈 심장에 끼워둘게가 교유서가 시집 5번으로 출간되었다. 시인은 등단 당시 언어의 개성적 표현과 독자적인 시적 인식을 강점으로 꼽히며 시적 긴장을 유지한 언어의 힘이 매우 감각적이라는 심사평(고재종, 송승환)을 받은 바 있다. 41편의 시를 6부로 나누어 묶은 이 시집은 대부분 산문시 형식으로, 개별 시편들이 유기적으로 이어지며 하나의 거대한 알레고리로 확장된다.

     

     

    지하를 나와 다시 지하일지라도

    세상의 가장자리에 머무는 소녀들

    이 시집에는 낮고 좁고 깊은 공간들이 자주 등장한다. 지하상가, 술집 구석, 구덩이, 심해, 매립지 등 주로 약자로 칭해지는 이들이 머무는 곳이다. 그곳에서 시인이 발견한 것은 소녀의 모습을 한 여성들이다. 이들은 울음 속에 우리들은 서로를 안고 여자 아닌 소녀로 멈추기를 기도”(우리가 좀비가 아니라고?)하는 존재이자, 광장에 모여 분노를 표출하는 대신 서로에게 휴지를 건네는(나는 줄 밖에 있었다) 다정의 주체이다.

     

    여성이 사회에서 겪는 차별과 억압, 폭행과 책임은 이 시집에서 일종의 지층처럼 쌓여 공간의 압력으로 형상화된다. 쌓이고 눌린 세계에서 이들은 부서진 신체와 파괴된 마음을 서로에게 기대며 겨우 존재한다. 시인은 무심히 지나칠 법한 그곳에 바람을 불어 모래를 걷어내고, 물이 빠지고 드러난 자리에 남은 흔적을 시라는 언어로 건져올린다.

     

    아무런 언어도 갖지 못한 사람처럼

    언어가 실패한 자리, 온기의 형식들

    송하얀의 시에서 감정은 추상이 아니라 물성이다. 심장은 갈라지고, 박히고, 녹는다. 마음은 설명되지 않고 신체의 이미지로 치환된다. 최진석 문학평론가는 해설에서 시인은 언어가 실패한 자리에서 가장 정확한 감각을 찾는다라고 썼다. 송하얀은 말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을 대신해 몸의 이미지와 공간의 압력으로 정서를 구축한다. 이 시집에서 말보다 오래 남는 것은 감각이다.

     

    그 책은 내 빈 심장에 끼워둘게는 부서진 조각들을 다시 이어붙여 원상복구하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붕괴 이후에도 계속되는 감각의 연대에 관한 기록이다. 비록 조각나버렸을지라도 부서진 조각들이 어떻게 서로를 지탱하며 세계를 유지하는지, 나약한 개인이 우리가 되었을 때 발산하는 온기를 독자의 심장에 각인시키는 시집이다.

     

    나는 그 곁에서

    아무 말 없이 서 있었다

    그들이 잃지 않기를

    그 온기가 쉽게 꺼지지 않기를

     

    나는 천막이 되고

    이불이 되고

    작은 바람막이가 되고

     

    나는 조용히,

    그리고 멀리

    소녀들 곁에 있었다

    _나는 줄 밖에 있었다

     

     

    책 속에서

     

    우리는 천막에 앉아 있어. 천막 주위로 사람들이 무심히 오고가네. 우리는 파도에 떠밀려 여기 왔어. 우리는 힘이 없으니까. 우리를 반작용이라 부를까. 우리는 하나의 외투를 함께 걸치고, 추위를 버티지. 세상의 가장자리에서. 근데 여기 또 누가 있지 않았어? 점점 가장자리가 투명해지네. 대형 버스가 한 무리씩 뭉텅이로 이동시키고 있어. () 버스 창이 더운 숨으로 꽉 차 불투명하더라. 더이상 안이 보이질 않았어. 그들에게 우리도 그렇겠지. 우리를 두고 따뜻함을 얻었네. 그리고 우리는 추운 외투를 얻었고. 우리도 이 천막을 나서야 하지 않을까. 히치하이킹 같은 거라도 해보는 건 어때? 유령에게라도. _광장에서

     

    밖에서 아직 너희의 이름을 부르고 있어. 내 부풀어오르는 몸을 흔들어 너희를 깨울게. 심해의 지층이 뒤집힌다. 부유물. 유실물. 이제 돌아가야지. _심해어

     

    아침에 일어나 무엇이 달라진지 너는 모른다. 지하방에 빛이 새어들고. 나는 네 방에 살지 않는다. 빛을 따라 사람들이 걷는다. 너의 배를 만지며 자전거를 타지 않는다. 따뜻한 것이 너의 등이었는지. 나의 가슴이었는지 알지 못한다. 너는 사람들을 따라 걷는다. 외투를 털며 멀리. _마주침

     

    아무나 조각을 이어붙이진 못할 거야. 다시 나는 너에게 손을 내밀고. 너에게서 내게로 물결의 파동이 밀려온다. 나는 부서지고, 우리는 서로가 눈이 부셔서 웃는다. _다락방 친구

     

    그녀의 등은 이목구비가 없지만 표정이 있어서

    나는 머리카락을 떼어주려다 멈춘다.

    울지 않으려는 사람을 곧 울릴 것만 같아

     

    머리에서 흐르는지도 모르는 채

    흘러버린 머리카락 한 가닥

    떨어질 때마다 땅에서 진동이 느껴진다.

    그녀 발끝 뒤 아슬아슬하게 뚫린 싱크홀도 모르고

    그녀는 걷는다.

     

    갈라진 아스팔트 사이로 흘러내리는 흙더미를 본다.

    더는 가지 마, 기다리지 말아.

    그녀가 가는 방향을 따라 싱크홀은 깊어지고

     

    구멍 안의 흙은 흘러내리는 것일까 이제 한숨을 놓는 것일까.

    목적지에 도착해 엉엉 울어버리고 마는 그녀를 기어코 상상한다. _기다리는 사람

    작가소개
    저자: 송하얀 2020년 계간 〈문학들〉로 등단. 현재 이화여대 국문과에서 박사과정중. 인문공동체 〔수유너머 파랑〕 연구원. *시인의 말 나의 타투이스트와 나는 바늘로, 언어로. 피와 잉크가 섞이는 냄새 속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그녀의 손이 내 팔을 따라 움직인다. 밑그림의 선이 살을 따라 열린다. 고통은 문장의 윤곽이 된다. 코끼리, 두 눈, 재규어 몸이라는 문자. 나는 고개를 숙이고, 그녀는 숨을 고른다. 기계가 멎고, 방안이 천천히 기운다. 문장을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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