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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온테마는 오늘보다 한걸음 더 나아가겠습니다.

    싱긋

    모래알을 수집하는 시간 (2025 경기히든작가)

    지은이 모래알을 수집하는 시간 2025 경기히든작가
    출간일 2025년 11월 13일
    사양 120*188mm 무선|212쪽
    ISBN 979-11-24128-01-5
    수상
    정가 14,500원
    판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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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

    책소개

    “어쩌면 살아가는 일이 모두 ‘문득’인지도 모르겠다.”

    삶의 빈틈을 채워주는 모래 같은 하루들


    삶의 비의, 생활의 무게를 감내하면서 묵묵히, 

    쉼 없이 단어를 찾고 문장을 만들어가며 한 줄 한 줄 마침표를 찍는 사람.

    _오경철(『편집 후기』 저자)


    지긋지긋하고 괴로운 삶을 풀어나갈 실타래를 푸는 글.

    _윤동희(북노마드 대표)


    한낮의 초승달처럼, 눈에 잘 뜨이진 않지만 가느다랗게 빛나는 희망이 느껴졌다.

    _김지혜(소설가)


    경기도의 숨겨진 보물, ‘히든작가’를 만나다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작가들이 한국 문학의 내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경기히든작가’ 프로젝트로, 산문 부문 당선작인 박선영 작가의 에세이 『모래알을 수집하는 시간』이 출간되었다. 이 책은 일상에서 우리 곁을 스쳐지나가는 가장 미세한 결을 정성스레 되살려낸다. 계절의 순환을 따른 네 개의 부가 각 계절을 삶의 감정선과 대응시키듯 구성한다. 가을에는 마음이 흔들리고 망설여지는 시작의 기미가, 겨울에는 삶을 설명하게 하는 기억의 기원이, 봄에는 다시 손을 뻗고 되살아나는 회복의 기운이, 여름에는 결국 삶의 의미를 받아들이는 온기가 자리한다. 책에서 느껴지는 계절의 흐름은 곧 한 인간의 내면이 겪어온 리듬의 형태를 닮았다.

    저자는 오랫동안 수학 강사로 일하며 숫자와 공식을 다뤄왔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정답이 하나뿐인 세계보다 사람마다 다른 결의 답을 찾아가는 문학의 세계에 마음이 기울었다. 계산보다 감정, 수식보다 언어가 더 오래 남는다는 것을 깨달은 그는 이제 마음에 닿는 일을 하기로 결심했다. 『모래알을 수집하는 시간』은 그렇게 시작된 두번째 삶의 첫 기록이다.


    사소한 순간을 붙드는 마음

    기억이 다시 살아나는 자리


    ‘홍옥’, ‘요가 매트’, ‘필사’, ‘연탄’, ‘연못’ 같은 단어들은 단순히 소재가 아니라 시간의 한 조각이자 감정의 표면에 남은 자국처럼 등장한다. 저자는 잊힌 기억을 어느 사물들로 불러내며 한 인간의 생애가 지닌 리듬과 무게를 들여다본다. 이 책의 중심에는 감정의 겹을 무심히 들추어내는 작가의 세심한 관찰이 있다. 첫 글 「홍옥」에서 저자는 가을이 시작될 때마다 사과와 관련해서 기억이 되살아나는 과정을 이야기한다. 단 한 입의 새콤함에 어린 시절의 두려움, 설렘, 시험을 앞둔 불안이 녹아 있다. 그 시절의 사과는 단순한 과일이 아니라 두려움을 잠시나마 잊게 하는 제철의 위안이었다. 이어지는 「팬심」에서는 1980년대 사춘기 아이의 무모하고도 순수한 열정이 펼쳐진다. 신해철과 무한궤도 공연을 보기 위해 광주로 향하던 모험은 열정이 어떻게 청춘의 불안을 잠재우는지를 보여준다. 「순정」에서는 요가 매트 ‘만두카’를 매개로, 사소한 물건에 깃든 기억과 자기 확신을 그린다. 땀으로 얼룩진 매트를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그 위에서 한때 “스스로가 낯설 정도로 몰두했던” 시간이 고스란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또 「필사」 편에서는 손으로 문장을 옮기는 남편의 모습에서 느리게 읽고 새기며 살아가는 행위의 본질을 보여준다. 저자는 활자를 베껴 쓰며 비로소 “한 문장 한 문장을 몸에 새겨 넣는 것 같”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 개인적 기억은 사회적 풍경과 정서의 층위로 확장된다. 「아파트」와 「연탄」 같은 글에서는 1980년대 중산층 형성과 가족의 생존기가 함께 엮인다. 무궁화아파트의 낡은 벽지, 연탄가스 냄새, 곰국의 뽀얀 국물 냄새는 단지 한 가족의 생활상을 넘어 한국 근대 주거문화의 역사와 세대적 체험으로 번져나간다. 또한 「몰입」에서는 스마트폰 시대의 주의력 결핍 속에서도 여전히 책을 읽는 사람과 뜨개질을 하는 사람들을 포착하며 집중의 윤리와 느림의 미학을 다시 묻는다. 이 모든 장면은 몰입과 집중이라는 잃어버린 감각을 상기시킨다.


    시간의 퇴적층에서 나를 재발견하다


    이 책은 일상의 잔여를 응시하는 태도에서 출발한다. 흘러간다고 여겨온 순간들은 사실 사라진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층위로 조금씩 삶에 퇴적된다. 이 책은 그 층위를 하나씩 더듬어가며 우리가 살아온 시간의 결이 어떻게 현재의 감정과 사고를 형성하는지를 조용히 보여준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과거를 뒤돌아보는 방식이다. 저자의 글쓰기에서는 특정 사건이나 인물의 서사보다는 아주 사소한 기색, 뉘앙스, 감정의 흔들림 같은 것들이 문장에서 찬찬히 떠오른다. 회고의 목적은 추억을 아름답게 덧칠하거나 한 시기를 깔끔히 정리하는 데 있지 않다. 시간이 흐르며 삶이 어떤 결을 갖추어왔는지 조용히 바라보는 일에 가깝다. 이러한 서술은 삶을 설명하거나 정리하려는 태도와는 거리를 둔다. 대신 기억이 스스로 떠오르는 속도를 존중하며 그때의 마음이 남긴 미세한 흔적들을 가능한 한 훼손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책에서 과거는 완결된 이야기가 아니라 여전히 현재와 느슨하게 연결된 어떤 감각으로 존재한다. ‘모래알을 수집한다’는 말은 곧 사라질 것 같은 순간들에 잠시 자리를 내어주는 행위이며, 그 시간들이 다시 삶 안에서 의미를 만들어내도록 기다리는 일이다. 『모래알을 수집하는 시간』은 이미 흘러간 시간을 다시 품어보려는 조용한 마음을 담으며 삶은 큰 이야기가 아니라 작은 순간들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책의 구성


    1부 가을, 주저

    홍옥 | 팬심 | 순정 | 관람 | 필사 | 몰입 | 머뭇


    2부 겨울, 이유

    아파트 | 연탄 | 꿈 | 배웅 | 동백 | 라르고 | 진입로 


    3부 봄, 계속

    고사리 | 연못 | 수선화 | 수국 | 식탐 | 도둑 | 격려 


    4부 여름, 의미

    혀끝 | 수다 | 갈망 | 모래 | 냉면 | 재배치 | 썸머


    작가의 말



    책 속으로


    여름이 물러나고 덥지도 춥지도 않은 시기가 되면 홍옥이 눈에 띄기 시작한다. 출하 기간이 짧아 9월 말에 시장에 나왔다가 금방 사라지기 때문에 별러야만 맛볼 수 있다. 홍옥을 한 입 베어 물고 나면 나는 비로소 가을이 왔음을 실감한다. _9쪽


    벌써 10년, 그가 떠나고 긴 시간이 흘렀다. 나는 그가 멈춘 나이보다 더 많은 나이가 되었다. 이 글을 쓰면서 그가 남긴 수많은 명곡을 계속해서 들었다. 혼자만의 신해철 10주기 추모식이었다. 당시의 음악을 들으니 불꽃같던 열정을 품고 있던 그 시절이 소환되었다._20쪽


    필사는 ‘책 느리게 읽기’라기보다 ‘책 느리게 새기기’라는 게 더 적절한 표현이겠다. 나는 한 문장 한 문장을 해체하듯 익히는 H의 독서에 살짝 감명했다. 금방 써 내려간 문장은 잉크가 마르기 직전까지 반짝거렸다.

    “이렇게 책 읽어보는 건 처음이다.” H가 말했다.

    “책 자체가 처음이겠지.” 내가 이죽거렸다.

    나의 이죽거림에 아랑곳없이 H는 첫 독서 체험을 이렇게 술회했다.

    “한 문장 한 문장 몸에 새겨 넣는 것 같아.” _38쪽


    그 겨울, 나를 통과했던 짧은 글들이 간혹 떠오른다. 사람은 왜 상처를 글로 쓰고 싶어 하는 걸까? 깊은 상처를 가슴에 품고 위로와 공감을 열망한 나머지 쓰지 않고는 못 견디겠는 걸까? 그들에게 글쓰기가 치유의 과정이 되었을지 궁금하다. 어떻게 글을 써야 할까 묻기 위해 수업에 등록했지만, 내가 왜 글을 쓰고 싶어했는지 한없이 고민만 했던 반 토막짜리 겨울 수업이었다. 다시 따뜻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_98~99쪽


    내 집 냉동실에 있는 고사리는 물에 불려서 삶으면 통통한 고사리로 돌아갈 것이다. 우리 식구가 고사리를 따던 그 시간으로도 돌아가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리고, 아빠는 머체왓같이 평화로운 곳에서 편히 쉬고 계셨으면 좋겠다.

    제주도에서 고사리장마가 끝나갈 즈음에 내가 사는 육지에는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기 시작한다. _111쪽


    이제 대기실의 책은 가방에 넣지 않는다. 나같이 대기실에서 책을 찾을 사람이 분명 있을 것이라 믿고 싶기 때문이다. 대기실에서 책을 읽는 누군가를 발견한다면 참으로 기쁠 것 같다. 자기 차례를 기다리며 그곳에 있던 책을 읽는 즐거운 맛을 아는 사람 말이다. 하지만 대기실 책을 몰래 가져오는 즐거움만큼은 아닐 것이다. 책을 구해낸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그리고 그런 책은 그 어떤 책보다 잘 읽혔다. _148쪽


    우리는 애써 착잡한 마음을 다시 묻었다. 희비애환이 동시에 덮친다는 사실, 그것을 깨닫기 시작한 우리는 죽음마저 일상의 한 부분으로 들여다 놓을 결기가 생겼다. _190~191쪽


    내가 사는 동네에는 멋진 책방이 있다. 그곳에서 열리는 독서 모임에는 자신의 본명 대신 애칭을 사용해 참석해야 한다. 자신의 이름에 부여된 지위와 사회적 책임을 잊고 오롯이 책 읽는 ‘나’로 존재하기 위한 장치였다. 나의 애칭은 ‘썸머’다. 여름을 좋아해서 망설임 없이 지었다. 모임에서 나를 ‘썸머’라고 하면 여름을 좋아한다고 매번 말하지 않아도 되었다. _201쪽



    ■ 추천의 말


    살면서 읽은 책이라고는 헤세의 『데미안』 한 권이 전부인 초로의 남편. 어쩌다 만년필 수집에 취미를 붙인 남편에게 아내는 필사를 권하며 어느 소설가의 책을 건넨다. 남편은 집에 돌아오면 일하느라 녹초가 된 몸으로도 밤늦도록 소설책을 필사하다 잠들곤 한다. 일상의 한 갈피를 스케치한 짧은 에세이를 읽고 나는 글 속의 아내야말로 뭔가를 ‘쓰는’ 일에 몰두하고 있는 사람이 아닐까 싶었다. 써야 할 것이 마음속에 가득한 사람. 박선영의 첫 책을 읽으면서 나는 내 짐작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다. 삶의 비의, 생활의 무게를 감내하면서 묵묵히, 쉼 없이 단어를 찾고 문장을 만들어가며 한 줄 한 줄 마침표를 찍는 사람.

    왜 그리도 가슴 뭉클했는지 모르겠다. 책 속에서 박선영을 따라 이곳저곳에 놀러 다니던 내내. 텅 빈 놀이터, 휴일의 학교 운동장, 신해철의 노래가 흘러나오는 콘서트장, 왁자지껄한 시장통, 한여름 강원도 바닷가, 아담한 동네 책방, 노을 지는 타구스강, 머체왓의 고사리 숲, 성형외과가 즐비한 강남 한복판…… 박선영은 쓴다. “어쩌면 살아가는 일이 모두 ‘문득’인지도 모르겠다.” 글을 끼적이다가, 책을 읽는 둥 마는 둥 하다가 또 한번 계절이 바뀌는 것도 몰랐음을 깨닫는다, 문득. 이 책은 가을에 시작되어 여름에 끝난다. 이다음엔 어느 계절에 그를 또 만나게 될까. _오경철(『편집 후기』, 『아무튼, 헌책』 저자)


    세련과는 의도적으로 거리를 둔 질그릇 같은 글, 지긋지긋하고 괴로운 삶을 풀어나갈 실타래를 푸는 글, 삶은 불완전하기에 아름답다고 믿는 ‘이단’ 같은 믿음. 평상심에서 흘러나온 평범한 문장을 추천해달라는 편집자의 요청에 거리낌없이 답장을 보냈다. 그럼요! 그러니 그대여, 계속 쓰시라. 그러니 그대여, 계속 읽으시라. _윤동희(북노마드 대표, 『멈춰서, 혼자서』 저자)


    인생이 때로 반칙 같을 때가 있다. 일상이 묵직해져서 짊어지기 힘들 때, 무언가를 사랑하는 마음이 하루를 살 만하게 한다. 스산하고 아린 마음을 홍옥으로 다독이고, 연탄이 건넸던 온기를 떠올리며, 거리의 시구詩句를 바라보고, 겨울에도 여름의 열정을 기억하며 끝내 살아내는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겼다. 한낮의 초승달처럼, 눈에 잘 뜨이진 않지만 가느다랗게 빛나는 희망이 느껴졌다. _김지혜(소설가)


    작가소개
    지은이: 박선영 오랫동안 생업을 위해 수학 강사로 일했다. 누구에게나 똑같은 답이 나오는 수학보다, 각자 다른 답을 찾아내는 문학을 동경했다. 숫자와 수식보다 언어와 감정이 마음에 더 닿았다. 이제는, 마음에 닿는 일을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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