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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유서가

    비극의 재료 (교유서가 시집 002)

    지은이 비극의 재료 교유서가 시집 002
    출간일 2025년 11월 6일
    사양 125*210mm 무선|144쪽
    ISBN 979-11-94523-94-9
    수상
    정가 13,000원
    판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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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

    책소개

    죽음과 어울리는 시간에는

    눈이 부셔서 눈을 감았다

     

    빛과 어둠의 경계에서 태어난 비극의 시학

    핏빛 언어로 그려낸 세계의 초상

    원성은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탄생!

     

     

    일상에 신선한 감각을!

    교유서가, ‘새로움를 더하다!

    원성은, 소후에 시인의 시집으로 시의 새로운 문법을 제시하다

    원성은 비극의 재료, 소후에 우주는 푸른 사과처럼 무사해동시 출간

     

    자기가 겨누는 자신을 다시 돌아보고

    옹호하고 보듬고, 어둠을 어둠인 줄 알고 응시하는

    존재로서 자신이 그 곁에 존재하겠다는 것.

    이번 원성은의 시가 창출한 새로운 국면이다

    _선우은실(문학평론가)

     

    그동안 인문학, 교양 분야의 깊이 있는 양서를 꾸준히 출간하며 탄탄한 입지를 다져온 교유서가가 마침내 교유서가 시집시리즈를 론칭하며 시()의 세계로 첫발을 내딛는다. 기존 출판 영역을 확장하고 독자들에게 새로운 차원의 사유와 감각을 제공하겠다는 의지다. 그 첫 시작으로 원성은 시인의 두번째 시집 비극의 재료를 출간했다. 이 시집은 대산문화재단 대산창작기금 수혜작이다.

     

    세계를 한 폭의 그림이라 한다면, 그것은 이미 오래전에 훼손된 그림일 것이다.

     

    그러나 세계는 원래

    훼손된 그림이야 거대한 그림

    열쇠 수리공과 자물쇠 도둑이 함께 그린 그림

    _블랙박스 해체하기

     

    시집을 여는 시 블랙박스 해체하기는 원성은이 세계를 바라보는 태도를 명확히 드러내는 선언문 같다. 세계는 완전하거나 아름답기만 하지 않으며 훼손된 그림”, 그것도 거대한 그림이다. “열쇠 수리공자물쇠 도둑이 함께 그린 그림은 선과 악, 질서와 혼돈, 창조와 파괴가 뒤섞인 모순적 구조물이다. 비극의 재료는 그 찢긴 캔버스 위에서 다시 붓을 드는 시인의 기록이다. 여기서 시는 세계를 복원하는 대신 손상된 미학을 탐구한다. 시인은 아름다움을 완성의 상태로 보지 않는 듯하다. 오히려 부서지고, 번지고, 엎질러진 흔적 속에야 진실이 깃든다고 믿는다.

     

    재료 1:

    비극의 재료의 인상적인 장면들에는 언제나 색이 있다. 그러나 그 색은 명료하지 않다. 색맹에서는 흑백영화에서는 불이 더 환하게 타요/ 물도 더 환하게 흘러요/ 그리고 피는 그 어느 때보다도 캄캄하지요라 말하며, 감각의 불안정함을 시각의 문제로 치환시킨다. 명암과 색채는 단순한 시각적 요소가 아니라 감정의 구조를 드러내는 미학적 장치다. ‘비극이란 그 자체가 어둠이 아니라, 빛을 감지하기 위한 조건이라는 점을 시인은 알고 있다.

    케첩과 피 사이의 붉은 자국에서는 화면에서는 케첩도, 피도 모두 붉은 물감일 뿐이라 말한다. 피와 케첩, 폭력과 예술, 진짜와 가짜의 경계는 모호하다. 시인은 이 유사한 붉음을 응시하며 현실과 재현의 틈을 탐문한다. 그런 의미에서 원성은의 시에서 비극은 사건의 내용이 아니라 재현의 문제다. “이 장면을 쓰지 않기로 결심한 후에/ 집에 오자마자 쓰고 있는 나라는 구절은 그 자각의 순간을 보여준다. 그리고 원성은의 시는 그러한 자각을 미학으로 바꿔놓는다.

     

    재료 2: 불화

    레몬을 제외한 것들, 정확히는

    오렌지와 유사한 종들만

    담아놓은 과일바구니가 있어

     

    낑깡, 금귤, 유주, 한라봉, 천혜향

    오렌지, 오렌지, 오렌지

    그리고 이건 그리고, 라는 부사의 사용처럼

    불쑥 끼이는 레몬이야

     

    낄 데 안 낄 데를 모르는 레몬이야

     

    캘리포니아의 쨍한 햇살 같은 맛

    해바라기처럼 촘촘한 밀도의 빛

    오렌지

    그러나 이건 그러나, 라는 찡그림처럼

    신 맛의 레몬이야

     

    ()

    그리고, 그러나, 그래서

     

    레몬은 레몬이기를 멈추지 않았다

    씨앗도 열매도 모두 돌이킬 수 없어져서

    흙속에서 무럭무럭

    나뭇가지 끝에서 주렁주렁

     

    레몬은 레몬이었다

    _레몬을 변호함

     

    비극의 재료의 시들은 조용한 불화를 지속한다. 레몬을 변호함의 달콤한 오렌지들 사이에서 홀로 시큼한 레몬은 달콤함의 질서에서 벗어난 존재다. 시적 화자는 레몬을 질서에 편입시키려 하는 대신, 그 신맛을 변호하며 불협화음과 비정상을 옹호한다. 세상의 중심에서 밀려난 언어와 사람, 틀린 문장과 비뚤어진 감정을 감싸안는다. 이 불화의 미학은 적록색맹에서도 이어진다. “이곳에서는 색맹이 유행한다/ 야생동물들은 원래 싸움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어느 날부터 포식자의 눈에 초록색의 나뭇잎과 풀 모두/ 붉은 핏물이 묻은 것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그것을 전쟁이라고 부른다”. 초록과 붉음의 혼동, 즉 감각의 왜곡은 곧 세계의 윤리적 혼란을 반영한다. 또한 사물A에서 사물은 사람을 대체한다라고 선언하듯, 인간 중심의 질서를 벗어난 비인간적 감각의 언어가 등장한다. 시인은 언어와 세계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지점에서 오히려 새로운 의미의 가능성을 발견한다.

    여기저기 치이는 존재에 대한 옹호는 그 존재가 특정한 상황을 희망으로 이겨낸다는 역전을 꾀하는 대신, 여전히 그런 세상에 그런 채로 지속되고 있다는 인식에 도달하여 빛난다.”(해설) 원성은의 시는 여전히 그런 채로의 세계를 품는다. 시와 세계가 서로를 해체하며 만들어내는 불완전한 조화가 이 시집이 구축한 언어의 윤리다.

     

    재료 3: 죽음

    내가 죽였다

    여자는 이렇게 쓴 작은 나무판과 함께

    죽은 화분의 사진을 액자에 걸어두었다

    죽은 화분의 이름은 수경이었다

    그렇게 하면 살아 있는 수경이가 정말 죽기라도 하는

    것 같았다

    _죽은 화분

     

    비극의 재료의 많은 시는 소멸과 변형의 순간을 응시한다. 죽은 화분에서 죽음은 단순한 상실이 아니라 기억이 형상화되는 장면이다. “내가 죽였다라는 문장은 선언이자 주석처럼 죽음을 언어로 봉인하려는 것 같다. 시적 화자는 그 장면을 차분히 관찰할 뿐 애도나 감정의 폭발로 나아가지 않는다. 죽음은 이미 액자 속에 들어간 하나의 오브제가 되었고, 그 오브제를 바라보는 시선은 살아 있는 자의 증거가 된다.

     

    죽음을 그리려고 할수록

    화가의 손은 민첩해야 한다

    꽃이 시드는 속도, 깎아놓은 사과가 갈변하는 속도, 신선한 치즈가 부패하는 속도, 곰팡이가 번지는 속도, 그리고

    사랑의 심장박동과 시곗바늘이

    원래 속도를 찾아가는 속도

    _림보: 404 Not Found

     

    림보: 404 Not Found에서는 죽음을 멈춤으로 보지 않는다. 꽃이 시드는 속도, 사과가 갈변하는 속도, 치즈가 부패하는

    작가소개
    지은이: 원성은
    1992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2015년 〈문예중앙〉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새의 이름은 영원히 모른 채』가 있다.

    *시인의 말
    함께 좋아하고 싶은 것이 있는 것처럼
    혼자서만 좋아하고 싶은 것도 있다

    오롯이 독대하고 싶은 사람, 시간,
    배타적인 사랑, 아무도 모르고
    나눌 수 없는 슬픔

    그런 것들과 같이

    시는 내게는 공공연해지지 않는 것

    2025년 10월, 원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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