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유서가소설 밍키
| 지은이 | 최아현 |
|---|---|
| 출간일 | 2025년 11월 28일 |
| 사양 | 130*200mm (무선)|240쪽 |
| ISBN | 979-11-24128-11-4 |
| 수상 | |
| 정가 | 16,800원 |
| 판매처 |
목록으로
본문
“좋겠다, 최아현은, 소설 잘 써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장 보통의 인물들 이야기
“저마다의 삶이 다르고 경험이 다른 만큼
애를 써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 훨씬 더 많았다.”
“이 책은 사람 사는 게 별게 아닐 텐데 왜 저렇게까지 그래야 했을까에 대한 대답의 기록이다. 사람의 살이가 ‘별거’와 ‘저렇게’ 사이에 존재한다는 것을 최아현이 증명한 셈이다.”
_이은선(소설가)
“평온한 표정 아래 감춰진 상처와 균열, 화해와 회복의 기척을 사려 깊게 들여다본다. 별일 아니라며 지나쳐버리기 쉬운 삶의 풍경 속에 오래 머무르며 이를 이야기로 엮는다. 그것이 소설가의 일이라고 나는 믿는다.”
_이주영(소설가, KBS 〈소설극장〉 PD)
평범한 일상 속 우리네 이야기
외로운 삶과 관계에 전하는 따뜻한 위로와 공감
가족이라는 가장 가까운 타인에 대한 통찰
최아현 작가의 첫 소설집 『밍키』가 출간되었다. 2018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아침 대화」로 등단한 이래 꾸준히 기록한 여덟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표제작 「밍키」를 비롯하여 수록작 「아침 대화」 「리빙포인트」 「독립」 「대원의 소원」 「충분한 실수」 「뿔 있으세요?」 「그런 일이 있었다」는 일상에서 쉽게 지나치는 것들과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장 보통의 인물들 이야기를 꾸밈없고 절제된 문장으로 일상에서 문득 발견되는 삶과 관계의 균열을 예리하게 포착하여 묘사한다. 특히 가족과 관계의 이면에 숨겨진 복잡한 심리를 파고들어 소통의 부재를 밀도 있게 그린다.
『밍키』는 평범해 보이지만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살아가는 인물들의 소외와 단절, 정서적 고립이라는 주제를 관통한다. 인물들의 복잡한 심리와 관계를 심사평에서 언급한 것처럼 “찬찬한 글쓰기”와 “힘 있는” 전개로 이끌어가며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우리 각자의 삶과 타인과의 관계를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대화의 부재, 소통의 단절에서 시작되는
관계의 균열
“딸아이는 쉬지 않고 말을 뱉어냈다. 근래 나눈 대화의 몇 배는 더 많은 이야기를 했다. 아이는 그동안 아침마다 나에게 했던 질문을 되짚었다. 자신은 무엇을 좋아하는데 엄마는 무엇을 좋아하느냐는 식이었다. 우리는 그렇게 수많은 식사를 함께하면서 서로를 너무 모르고 있었다. 나와 아이는 그 질문에 서로 완벽하게 대답할 수 없었다.”_31쪽
살면서 부딪치는 대부분의 갈등은 소통의 문제에서 시작된다. 그 이면에는 불통에서 비롯된 공감의 부재가 깔려 있다. 「아침 대화」 역시 제목과는 역설적으로 사춘기 딸과 갱년기 엄마의 소통의 단절을 보여준다. 아침 식탁에서 매일 숙제처럼 나누는 대화로 충분히 소통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딸의 비행이라는 일련의 사건으로 자신이 무신경한 엄마였고 대화라고 여겼던 일방적 소통은 스스로에게 전하는 위로였을 뿐임을 깨닫게 된다.
가족 관계에서 배려와 존중의 부족으로 실질적 공감을 나누지 못하는 형식적 소통은 「밍키」 「그런 일이 있었다」에서도 그려진다. 모든 것을 잘하는 언니가 집을 나가면서 집안이 무너졌고 내가 외롭고 불행한 만큼 언니의 삶도 고독하기를 바랐다. 그런 언니의 부고 소식과 함께 전해진 나만의 세계, 밍키. 이해할 수 없었던 언니에 대한 해묵은 미움과 오롯이 내 것이 된 밍키를 통해 지난날의 나를 반추한다. 「그런 일이 있었다」 역시 가장 가깝다고 생각하는 사이지만 실은 서로에 대해 잘 모르는 가족관계를 여실히 보여줌과 동시에 연결을 갈망하고 고독 속에서도 온기를 찾는 우리 삶의 본질을 생각하게 한다.
관계의 변화,
삶을 새로 일으키는 힘
“내 방에는 문이 있지만 없는 셈이었다. 문을 열어두면 열어둔 대로, 닫으면 닫은 대로 불평, 불만을 늘어놓는 통에 결국 따뜻하고 불편한 거실에 앉아 있는 쪽을 선택했다. 그렇게 나도 엄마를 따라 방이 없는 사람이 되었다. 엄마는 왜 그렇게 문을 열어두고 싶었을까? 어쩌면 집 안에 머물 곳이 없었을까. 갈 수 있는 곳만 가득한 채로 머물 곳이 없어서 분주하게 집 안 구석구석을 돌아다녔나. 아주 바쁘게 외로웠는지도 모르겠다.”_110쪽
「독립」은 일상생활에서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엄마와 딸의 미묘한 감정선과 관계의 변화를 그린다. 엄마가 자신으로부터 정서적으로 독립하기를 바라던 딸은 엄마의 동거인 예옥 이모와 그의 딸의 등장으로 왠지 모를 소외감을 느낀다. 작가는 독립이라는 단어 이면에 감추어져 있는 외로움과 관계의 열망에 대한 내면을 담담하면서도 깊이 있는 시선으로 묘사한다.
중년 남성 대원의 시선을 통해 가족의 관계와 삶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대원의 소원」과 악몽을 팔면서 맺어진 지수와 영례의 관계를 묘파하는 「리빙포인트」 역시 관계를 통한 내적 변화와 그 의미를 되돌아보게 한다. 이들 작품은 관심과 공감을 바탕으로 진정한 소통이 가능함을 일깨운다.
깊은 성찰 속에서 느끼는
관계의 온기
“풋살은 사람들로 북적이기 그지없는 취미였다. 미연이 입버릇처럼 달고 다니던 말이 사람 꼴 보는 것이 싫어 집 밖에 나가기 싫다는 말, 집이 제일 편하다는 말이었는데. 그래, 역시 풋살대회는 과했다. …… 내 한 몸 건사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고 있었고, 어려운 일을 해내지 못했을 때 주변 사람이 어떻게 피로해지는지도 알고 있었다. 취미는 집에 있기였고, 특기는 시간 죽이기였다. 그런데 달에 한 번꼴로 사람들이 다치는 공놀이가 새로운 취미라니. 확실히 이상했다. 이게 다 집에서 시간을 죽이다가 떠오른 잡생각들 때문이었다.”_168쪽
「충분한 실수」는 풋살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소통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며 자신의 삶과 주변 관계를 되돌아보게 한다. 주변인들과의 관계는 마뜩잖고 시끄러운 것조차 질색하는 미연. 모든 일에 늘 미온적이던 그가 풋살팀에 발을 들여놓음으로써 관계성을 회복하며 새로운 관계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뿔 있으세요?」는 어느 날 엉덩이에 난 뿔을 계기로 일상에 균열이 생기면서 관계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한다. 주인공 나는 우유부단하고 미적지근한 성격 탓에 가족을 비롯하여 주변인에게 의견을 물으며 선택하고 결정하면서 소통하며 지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엉덩이에 뿔이 생기면서 공감받지 못하고 무시당하면서 순응과 이해에 대해 생각하고 성찰함으로써 삶을 돌아보게 한다.
최아현 작가가 그리는 여덟 편의 이야기는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삶을 대변하는 듯하다. 등장인물들을 통해 현대인이 느끼는 고독, 인간관계의 다채로운 모습을 섬세하게 묘사하며 진정한 소통의 공감과 이해, 관계에 대해 되돌아보게 한다.
추천의 말
이 소설집에 실려 있는 「대원의 소원」을 처음 읽었을 때 주변에 ‘그거 읽었어?’라고 묻고 다녔다. 아니 소설에 화려한 수사학적 기교나 다양한 비유가 없는데도 사람의 속을 이렇게 파고든다고? 저렇게까지 울림이 있다고? 이를 숙고하다 못해 소설이란 본래 이러한 장르가 아니던가에까지 생각이 가닿았다. 이 책은 사람 사는 게 별게 아닐 텐데 왜 저렇게까지 그래야 했을까에 대한 대답의 기록이다. 사람의 살이가 ‘별거’와 ‘저렇게’ 사이에 존재한다는 것을 최아현이 증명한 셈이다. 소설집 안에는 최아현이 짚어주지 않으면 주목이라는 것을 평생 받아볼 수도 없는 평범한 인물들이 모두 모여 각자의 목소리를 낸다. 그들에게는 모두 소원이 있다. 겉으로야 하잘것없지만 본인에게는 일생의 소원인 그 큰마음을 붙들고들 산다. 볼품없을수록 빛나고, 평범할수록 오래가는 최아현이 파고든 그 자리! 이제 와 처음 하는 말이지만 꼭 해야겠다. “좋겠다, 최아현은, 소설 잘 써서.”
_이은선(소설가)
최아현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그리 요란하지 않다. 이들이 겪는 어려움도 우리가 살면서 한 번쯤 마주칠 법한 불행에서 크게 벗어나 보이지 않는다. 소설 속 인물들에게 “별일 없느냐”고 안부를 묻는다면 아마 이들은 덤덤한 표정으로 그렇다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타인에게 털어놓기엔 어쩐지 민망해 입을 다물고 마는 ‘사소한 별일’을 실은 매일 겪고 있으며, 그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며 애써 웃어넘기며 살아내는 날이 많다는 것을. 그렇게 웃어넘기며 돌아서는 얼굴을 작가는 예민하게 감지한다. 평온한 표정 아래 감춰진 상처와 균열, 화해와 회복의 기척을 사려 깊게 들여다본다. 별일 아니라며 지나쳐버리기 쉬운 삶의 풍경 속에 오래 머무르며 이를 이야기로 엮는다. 그것이 소설가의 일이라고 나는 믿는다.
_이주영(소설가, KBS 〈소설극장〉 PD)
책 속에서
“건빵 싫다고 말한 건 기억하세요? 매년 이야기하는데 엄마는 매년 건빵만 사오잖아요. 다른 것들도 그래요. 저는 영어학원보다 수학학원이 더 필요하다는 말은 기억하세요? 바둑을 배워보고 싶다는 이야기는요? 그 이야기에 딴짓할 생각 말라던 것도요. 엄마는 늘 물어봤다는 사실만 기억해요. 하고 싶은 일은 하고, 불의는 참지 말라면서요. 지금 엄마가 시키는 대로 하려면 엄마가 시킨 말을 다시 어겨야 해요.” _「아침 대화」에서
돈가방에 밍키라는 이름을 붙여주기로 했다. 천장을 닫기 전 나도 아저씨를 따라 밍키를 불렀다. 높고 나긋하게. 두어 번 더 부르며 돈가방을 토닥였다. 천장 뚜껑을 닫으며 개운한 숨을 토했다. 나만의 세계가 생긴 것이다. 돈가방이 밍키고 나만의 세계도 밍키가 되었다. _「밍키」에서
악몽을 꾸고 나면 무기력하고 외롭기는 했으나 어디가 아프다거나 욱신거리지도 않았다. 영례는 지수의 고통을 상상해보려다 말고 발걸음을 돌렸다. 지수에게 완전히 공감해주고 싶었지만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저마다의 삶이 다르고 경험이 다른 만큼 애를 써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 훨씬 더 많았다. _「리빙포인트」에서
다만 직장을 다니며 혼자 사는 삶 안에 낯선 시간이 있다. 생각해본 적 없는 시간. 늘 하고 싶고, 되고 싶은 것만 상상해본 탓이다. 삶을 유지하고, 다음날에도 회사에 나가기 위해 집에서 해야 하는 일이 아주 많다고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엄마도, 아빠도 되고 싶지 않았고 엄마와도, 아빠와도 살고 싶지 않았는데 결국 혼자 남은 자취방에는 그 몫이 모두 있다. _「독립」에서
나는 심통이 났다. 어쩐지 배알이 꼴렸다. 이상하고 묘했던 기분이 슬슬 이름을 갖는 것 같았다. 나는 새 가족과 함께하는 엄마의 매끄러운 시작에 크게 훼방을 놓고 싶었다. _「독립」에서
물론 대원이 기다려온 날은 두 행사 모두였다. 딸의 결혼식도, 콘서트도 오매불망 기다려온 날인데 두 행사 일정이 겹치다니 정신이 아득해졌다. 따끔하게 한마디 할 생각만 하다가 딸의 말에 무심코 당연히 된다고 말해버렸다. 대원은 더이상 체면을 구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날짜를 바꿀 수는 없겠냐고 물어볼 수 없었다. 무엇보다 그 순간에는 너무나 당황해 어떻게 상황을 조율하면 좋을지 아무 생각조차 없었다. _「대원의 소원」에서
이전에 혼자 하던 운동들과는 전혀 다른 감각이었다. 함께 팀을 이룬 사람들과 속도를 맞추는 것이 특히 어려웠다. 오늘 처음 본 사람들과 계속해서 몸이 닿았다. 실컷 몸을 부딪치고 움직임이 허락하는 한 계속해서 뛰었다. _「충분한 실수」에서
전화를 끊고 그동안은 전혀 느끼지 못한 감정에 휩싸였다. 걱정을 토로하면 고민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정작 아무도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다. 결국 나에게 남은 것은 할머니, 이모, 삼촌, 아빠의 걱정이었다. _「뿔 있으세요?」에서
이 가족의 싸움에 알맞은 장소와 시간 같은 것은 없었다. 일단 불꽃이 튀면 시작되었다. 충돌이 발생하면 그 싸움은 쉽게 끝맺지 못하기 때문에 애초에 시작할 수 없도록 잘 지켜보는 것이 중요했다. 무엇보다 체급 차가 나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은 지저분하기 마련이었다. 그러나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같은 교훈도, 감동도 없었다. 모두가 짐작하듯 다윗이 골리앗을 물리치는 이야기도 아니었고 이 싸움에서 이긴다 한들 얻는 것도 없었다. 승리의 기쁨도 영광도 없는, 성취 없는 싸움이었다. _「그런 일이 있었다」에서
책의 구성
아침 대화
밍키
리빙포인트
독립
대원의 소원
충분한 실수
뿔 있으세요?
그런 일이 있었다
작가의 말
1995년 익산에서 태어났다. 2018 〈전북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아침 대화」가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무언가 배우는 일이 큰 즐거움이다. 2025년에는 수영과 탐조를 새로 배우기 시작했다.



